황금 들녘의 바람을 타고 순수의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에는 해, 달, 별, 하늘, 바람, 산, 시냇물 이 모든 것들이 명징(明澄) 해지는 시기다. 상림숲의 벚나무가 일찍이 화려한 꽃을 너무 많이 피워 기력이 다한 까닭인지 제일 먼저 단풍이 들어 몸통을 들어 낼 채비를 하고 보름 남짓 숲을 붉게 물들였던 꽃무릇이..
나는 지금까지 여러 지역으로 강의를 다니면서 이제 막 첫 돌을 지난 아기들부터 80세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강의를 다니면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보람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무거운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충격적인 아프간 난민들의 카불 공항 탈출극을 보면서 흥남철수작전을, 미얀마사태에서는 7, 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회상하실 법하다. 우리가 아주 오래전에 겪고 극복했던 상황들을 저 나라들은 지금도 겪고 있는 것인데 “보라! 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나라인가!”라며 국가에 대..
인간이 다른 동식물과 상이하게 구별되면서 동시에 진화적 정점을 차지했던 도메인은 자아개념영역이다. 나를 인식하며 동시에 타인을 포함한 외부세계를 지각한다. ‘나’라는 자아인식은 뇌간과 시상하부와 자율신경계의 합작품이다. 뇌간에서 의식이 형성되고 시상하부에선 원초적 욕구가 형성되면서 자율신경계..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열매채취, 사냥 등의 노동을 통하여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존 할 수 없었다. 인간의 끊임없는 노동활동은 단순한 생계수단을 넘어 세계 곳곳에 자신들의 문화를 창조하였고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우리를 편리한 삶으로 이끌었다. 내리쬐는 태양은 살갗을 검게 태우고 굵은 땀방울은 연신..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입춘을 노래한 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가을을 맞이합니다.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입추가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번 가을에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주자의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젊은 날은 빨리 지나가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짧고 짧은 시간일지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
‘사진은 만국의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강형원)도 있지만 그 만국의 언어가 왜곡된 의도로 쓰이면 나쁜 권력이 된다. 보는 것은 읽는 것이고, 읽는 것은 배경지식(경험)을 바탕으로 분석과 통찰이 함께 하는 것이다.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앞뒤 정황이 어떠한지, 어떤 시간대에 어떤 곳을, 왜 찍은 ..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35년이 지났습니다.어제 총동창회에서 동창명부를 보내왔기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을 되새기며 책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10반 60명씩이었으니 한 학년에 600명씩 다니던 학교였습니다. 또 중·고등학교인지라 월요일 아침조례를 할라치면 학교 운동장에 모이는 학생들만도 약 3,600명 이..
청포도의 계절 7월이다. 땀방울이 포도알 만큼 굵어지는 무더운 시기다. 지난 7월4일 비가 그친 뒤 새로 조성되는 천년의 정원 부근에 무지개가 잠시 떴다가 사라졌다는 동갑내기 친구의 말을 듣고 무지개를 본지가 언제인가 생각해 보니 기억조차 못할 만큼 까마득하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무지개 뜨는 횟수..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꿈이 뭐예요?”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들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어머니의 꿈은 우리 혁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아주 많았단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의 꿈은 혁이가 건강하게 자라 훌..
2021 항노화엑스포를 두 달 앞둔 함양은 바쁘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가운데 엑스포에 대한 열기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대봉산휴양밸리를 다녀온 지인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갑론을박 속에 누가 거기까지 그런 걸 타러 가겠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던 휴양밸리가 대박이 날 것 같단다. ..
세계 대다수 사람들이 생존의 직·간접적 위기의식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살도록 설정된 팬데믹 아래에서 조용하게 기존의 거대 몸집을 두 배 내지 세배로 키워나가고 있는 또 다른 돌연변이가 있다면 믿겠는가? 마이크로적 관점으로 오늘의 일상에 집중하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그 몸집이 너무..
아무리 가진 것이 많은 사람도 죽음을 맞이하면 1평의 땅속에 묻힌다. 장례문화가 바뀐 요금은 1평의 땅조차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생전에 아무리 많은 부귀영화와 권력을 가지더라도 삶의 마침표를 찍은 후에는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수 밖 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단군 이래 자산을 불리기 위한 투자 ..
생각은 결론을 얻으려는 정신 활동입니다. 그래야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찾기 때문입니다. 6월이 가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보훈입니다. 보훈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존립과 주권수호를 위해서 신체적이나 정신적 희생으로 뚜렷한 공훈을 세운 사람과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입니..
도대체 왜 책을 안읽을까? 이 의구심은 평생 물러서지 않고 따라 다녔다. 정기구독하는 ‘인문잡지 한편’ 5호, <일>과 함께 책이름도 없는 <특별부록>이 따라왔다. 이 부록의 펴내는 글에서 “책 안 읽는 사람에게 논어를 팔려고 시도하는 마케터”에 눈이 머물자 비장함이 느껴졌다. ‘독서인구가 줄..
성경 창세기는 하나님께서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통칭하여 세상만물을 만드셨다고 하는 것이 키워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로움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자체가 창작의 큰 ..
아직도 모두가 어렵고 힘들지만 5월은 푸르름으로 눈부시다. 지난 5월21일이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이었다. 소만 무렵은 보리이삭이 여물어 가고 모내기로 바쁜 때이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 넘기 힘들었다는 보릿고개인 춘궁기다. 이달은 일년 중 법정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버이 날, 어린이 날, 입양의 ..
바둑의 역사는 대략 2500년 정도라고 한다. 삼국지에서 독화살을 맞은 관우가 팔의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으면서도 태연히 바둑을 두는 장면이 210년 경이고, 고구려 장수왕이 승려 도림을 보내 백제의 개로왕을 “바둑에 빠져 나라를 잃은 임금”으로 만든 것이 460년쯤의 일이다. 다른 스포츠 분야와 마찬가지로 ..
팬데믹의 요란지경 춤에 백신의 늦장어린 추임새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존의 위중한 경계선에서 오늘의 가치를 막장으로 입찰하게 하고 있다. 경제계와 정치계의 일선에선 혼돈의 안무가 자욱하다. 신문지 위에 올라온 뉴스들은 언뜻 보기만 해도 불편과 불쾌를 동시 유발하는 불청객들의 난무 같기만 하다. ..
5월은 열두 달 중 사랑과 감사가 가장 충만한 달이다. 노동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거나,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기념하고, 사람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스승을 기념하는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다. 그중 으뜸은 어린이들이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어린이날’이라고 생각한다. ‘..